죽은 고래가 세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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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6일, 캘리포니아 몬터레이만에서 80여 마일 떨어진 바다.

탐사선 노틸러스호(E/V Nautilus)의 연구팀은 그날 ‘문어 정원(octopus garden)’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수심 3,238미터 — 빛이라곤 한 줌도 닿지 않는, 수압이 사람을 종잇장처럼 구겨버리는 깊이. 원격 잠수정의 카메라가 데이비드슨 해산(Davidson Seamount)의 검은 바닥을 훑던 중,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 화면에 들어왔다.

고래 한 마리의 뼈대였다. 길이 4~5미터, 턱뼈에 아직 수염판이 붙어 있는 수염고래. 죽은 지 넉 달쯤. 그런데 그 사체는 조용하지 않았다. 장어처럼 생긴 심해어들이 뼈에 붙은 지방을 뜯고 있었고, 문어가 그 위를 기어다녔으며, 게들이 골목을 누볐다. 뼛속으로는 ‘좀비 벌레’라 불리는 뼈 먹는 벌레(Osedax)가 파고들고 있었다. 한 마리의 죽음 위에 하나의 도시가 서 있었다(Nautilus Live, 2019; NOAA).

바다 바닥에 놓인 고래의 뼈대와 주변에 있는 여러 해양 생물들

지금까지 인류가 직접 관측한 고래 사체는 전 세계에 약 75건뿐이다.

고래 한 마리가 바닥에 가라앉으면, 그 뼈와 살은 수십 년 동안 심해 생태계를 먹여 살린다. 단 하나의 고래 골격 위에서 평균 185종의 생물이 살아간다 — 지구상 어떤 심해 단단한 기질보다 풍부한 다양성이다(Smith & Baco; Monterey Bay Aquarium). 빛도 양분도 거의 없는 사막 같은 심해에서, 죽은 고래 한 마리는 수십 년짜리 오아시스가 된다.

그런데 여기서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학자들은 살아 있는 큰고래 한 마리의 가치를 약 200만 달러로 매겼다. 전 세계 고래 개체군 전체로는 1조 달러가 넘는다고 했다(IMF F&D, 2019). 고래는 탄소를 빨아들이는 살아 있는 기계라는 것이다. 환경 단체들은 환호했다. 고래를 지키는 일이 곧 기후를 지키는 일이라는, 깔끔하고 강력한 논리.

그런데 몇 년 뒤, 정작 고래의 탄소 효과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정반대의 메시지를 들고 나왔다. “고래를, 고래의 배설물을 화폐로 만들지 말라”(Seattle Times, 2023). 가치를 증명한 사람들이, 그 가치에 가격표를 붙이는 것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왜?

먼저 고래가 살아서 하는 일을 보자. 고래는 깊은 바다에서 먹이를 먹고, 수면 가까이 올라와 숨을 쉬며 배설한다. 그 배설물에는 철과 질소가 풍부하다. 바다 표층에서 가장 부족한 바로 그 양분이다. 고래가 헤엄치는 길을 따라 식물성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자란다. 과학자들은 이것을 ‘고래 펌프(whale pump)’라 부른다. 이 미세한 플랑크톤이 지구 산소의 절반가량을 만들고, 매년 약 37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붙잡는다 — 인간이 배출하는 양과 비교해도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IMF F&D, 2019).

바다에서 헤엄치는 향유고래의 모습

그리고 고래가 죽으면, 두 번째 삶이 시작된다. 큰고래 한 마리는 평생 평균 33톤의 이산화탄소를 몸에 저장한다. 죽어서 심해로 가라앉으면 그 탄소는 수백 년 동안 대기에서 격리된다(IMF F&D, 2019). 동시에 그 사체는 185종의 도시가 된다. 살이 다 뜯긴 뒤에도, 뼈의 지방을 분해하는 황 박테리아 단계는 수십 년간 이어진다(NOAA; Monterey Bay Aquarium). 한 생명의 끝이, 수십 년짜리 다른 생명들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점점 회계의 문제가 된다. 2026년 들어 ‘블루 카본(blue carbon)’ — 바다가 저장하는 탄소 — 시장이 빠르게 제도화되고 있다. 올해 4월 세계경제포럼은 블루 카본 생태계에 대한 대규모 투자 구조를 제안했고, 인도네시아는 해양 탄소 크레딧 거래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Carbon Pulse, 2026; WEF, 2026). 고래를 포함한 해양 포유류의 탄소 기여를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바로 여기서 과학자들이 제동을 걸었다. 그리피스대학교 연구팀을 비롯한 학자들은 경고한다. 고래가 가두는 탄소의 ‘영속성’은 불확실하다 — 죽은 플랑크톤도, 고래도 전부 바닥까지 가라앉지는 않고, 그 탄소의 상당 부분은 다시 순환계로 돌아온다. 게다가 고래가 실제로 격리하는 탄소의 절대량은 기후의 궤적을 바꾸기엔 너무 작다. “이 과학은 아직 유아기에 있다.” 고래 탄소를 탄소 정책으로, 더 나아가 탄소 크레딧으로 비약시키기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The Seattle Times, 2023; Whales and Climate, Griffith University).

이 이야기는 고래의 가격에 관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더 깊은 곳에 있다. 우리의 경제학에는 고래 같은 존재를 담을 칸이 없다. 우리는 가치를 두 가지 방식으로만 잰다. 무언가를 얼마나 저장하는가(탄소 33톤), 또는 얼마나 생산하는가(관광 수입, 어업 증대). 그래서 고래를 200만 달러짜리 탄소 금고로 환산했다.

하지만 고래의 진짜 역할은 저장도 생산도 아니다. 그것은 연결이다. 살아서는 심해의 먹이와 표층의 플랑크톤을 잇는 펌프이고, 죽어서는 한 생태계의 죽음을 다른 생태계 185종의 삶으로 옮기는 다리다. 고래는 자기 몸보다 훨씬 거대한 시스템을 떠받치는 하나의 기둥 — 생태학자들이 말하는 ‘핵심종(keystone)’이다. 그런데 핵심종의 가치는 그 개체 안에 있지 않다. 그것이 연결하는 관계망 전체에 흩어져 있다.

여기서 지난 한 세기 자연 자본 회계가 반복해온 맹점이 드러난다. 우리는 늘 사물을 따로따로 센다. 나무 몇 그루, 고래 몇 마리, 탄소 몇 톤. 그러나 살아 있는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물이 아니라 사물 사이의 관계다. 그리고 관계는 가격표를 거부한다. 핵심종 하나를 빼내면, 장부상으로는 ‘한 마리’가 줄지만 실제로는 보이지 않는 도시 하나가 통째로 무너진다. 그 손실은 어떤 대차대조표에도 즉시 잡히지 않는다 — 침묵이 찾아온 뒤에야 알게 된다.

과학자들이 “고래를 화폐로 만들지 말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격이 틀려서가 아니다. 가격이라는 도구 자체가, 연결을 측정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에 고래를 떠올릴 때, 거대한 물고기를 그리지 말기를 권한다.

대신 이렇게 그려보라. 깊은 바다에서 표층으로 양분을 끌어올리는, 헤엄치는 분수 하나. 그리고 언젠가 그것이 가라앉을 때, 그 자리에 솟아오를 185종의 도시 하나. 한 마리의 고래는 한 마리가 아니다. 그것은 자기보다 거대한 바다를 떠받치는,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매듭이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 회사에도, 도시에도, 생태계에도 — ‘한 마리’로 세어지지만 사실은 거대한 관계망을 혼자 떠받치고 있는 핵심 존재들이 있다. 우리는 그것들을 교체 가능한 한 단위로 가격 매기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그 매듭이 조용히 풀려나간 뒤에야 — 우리는 비로소 그것이 무엇을 떠받치고 있었는지 알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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